이파리노트

어느 디자이너의 일상과 생각

게임 디자이너로서 노력한 것들

작성
2019-06-27
수정
2019-06-27

게임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업무에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실천한 부분들을 정리해보았다. 언젠가 발표를 하게 된다면 이런 주제로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향후 몇 년간 그런 일이 없을 것 같아 글로 정리해보았다.

  1. 문서화
  2. 1:1 대화
  3. 동료 역량 이해

※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며, 스튜디오의 문화와는 관계없습니다.

문서화

문서화를 성실히 하는 것은 종종 낡은 것으로 취급받는다. 문서화는 귀찮고 작업 속도를 늦추는 단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스템이 복잡하고 기간이 길어질수록 빛을 보는 것이 문서화라고 생각한다.

문서화를 하지 않으면 편한 것은 문서 작성자뿐이다. 협업하는 동료는 정확한 명세가 무엇인지 모르므로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구현할 수 있고, QA에서도 그것을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다. 사람은 언젠가 떠난다는 점도 중요하다. 문서화를 하지 않는 문화에서 작업 이력을 들고 있는 사람이 떠난다면 어떻게 될까. 코드를 보고 역으로 기획을 유추해야 하는 상황은 최악이다. 결과적으로 문서화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나중에 이자를 더한 빚으로 돌아온다.

속도가 중요한 게임 개발 환경에서 문서화의 단점이 당장 크게 와닿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대한 나의 절충안은 개발 마무리 단계에 문서화를 상세히 하는 것. 이에 대한 내용은 펄어비스 디자인 프로세스에 정리하였다.

회사에서는 작업 기간 말미에 문서화에 필요한 시간을 두는 방식으로 실천했다. 마일스톤 마감 즈음에는 작업 중 추가되거나 수정된 부분을, 라이브 업데이트 후에는 작업 성과를 본문에 더했다.

1:1 대화

담당 디자인을 추진할 때, 협업하는 동료분과 자주 대화하려고 노력했다. 전체 스크럼을 매일 하는 것 보다는 1:1 짧은 대화를 자주 나누는 것이 경험상 더 밀도있었다. 이런 대화는 작업 일정과 결과물의 품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우선 결과물의 품질에 대한 이야기. 작업 중에 궁금한 게 있어도 질문을 바로 하지 않으시는 경우가 있다. 대체로 질문 전에 혼자 더 고민하시거나, 혹은 자주 호출하면 작업에 방해될 것을 우려하시는 것. 먼저 찾아가면 "오신 김에" 모아둔 질문거리를 말씀해주시는 경우가 많아 자주 찾아가려 노력했다. 결과적으로 작업 진행을 매끄럽게 하고,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을 줄일 수 있었다.

작업하다 고민거리가 생기면 동료분을 찾아가서 털어놓기도 했다. 디자인 측면의 고민거리라고 해서 반드시 같은 디자이너 분에게만 찾아가지는 않았다. 프로그래머나 아티스트 분들은 각자의 전문지식으로 나는 생각할 수 없는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시는데 그게 도움이 될 때가 많았다. 더불어 내가 업무상 고민을 털어놓는 만큼 다른 분들도 고민이 생길 때 찾아오시고는 했다. 그런 부분들이 결과물의 품질 향상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일정 준수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었다. 작업 기간이 계획보다 더딘 것을 빠르게 감지할 수 있으므로 후속 일정 조율을 원활히 할 수 있었다. 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작업 유형 별 난이도와 규모에 대한 감이 오게 된다. 이런 부분은 디자인 단계에서 미리 일정 내에 완수 가능한 디자인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일정에 대해 압박하는 것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주의했다. 처음으로 함께 일하는 분께는 "필요하면 일정을 추가로 확보하거나 기획을 간소화하려고 질문드리는거에요." 라고 말씀드리는 것.

작업이 마무리된 후에도 대화를 더 했다. 작업해주신 부분을 언급하며 고생하셨다고 말씀드렸다. 결과도 함께 공유드렸다. 유저 반응이 좋거나 매출이 잘 나왔다면 그 성과를, 잘 안되었더라도 현재 상황과 앞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를 말씀드렸다. 마지막으로 나와 함께 일하는 게 어떠셨는지 피드백을 부탁드리기도 했다. 게임의 성공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므로 이런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동료 역량 이해

게임 디자인은 넓은 스펙트럼의 역량을 필요로 한다. 한 사람이 모든 부분에 깊이를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협업은 각자 잘하는 부분을 모아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게 되는데 가치가 있다.

협업을 잘 하려면 함께 일하는 동료의 역량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각자가 어떤 부분에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그 깊이는 어느 정도인가. 여기에는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도 포함된다. 이런 이해가 있으면 작업마다 어떤 사람과 함께 해야 시너지가 날 수 있는지 예상할 수 있게 된다.

역량 스펙트럼

관리자가 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관리자에게 더욱 중요한 일이지 개인 역시 각자 고민하고 생각해야하는 부분이다. 개인 입장에서는 함께 일할 때 시너지가 나는 동료와 일할 기회를 관리자에게 적극적으로 요청할 수 있을 것이다. 혹은 보유 역량에 비해 난이도가 높은 일을 받았을 때 일이 터지기 전에 미리 추가 인원 배정을 요청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관리자가 되었을 때의 고민을 미리 해보는 의미도 있다.

그런 점에서 나와 동료들의 작업을 보면서 상대적 강점과 약점을 알려고 노력했다. 함께 일하면 어떤 종류의 일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여러 명이 배정되는 업무가 있다면, 내가 포함되어있지 않더라도 그 조합이면 일이 어떻게 진행할까 예상해보기도 했다.

그 내용들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기 위해 노력했다. 역량의 변화를 내 인식이 따라가지 못하면 그것은 편견 내지는 과소평가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연차가 낮은 분들일 수록 빠르게 달라지므로 좀 더 많이 지켜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