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파리노트

어느 디자이너의 일상과 생각

메타버스에 대한 단상

작성
2021-02-14
수정
2021-02-14

최근에 메타버스라는 키워드에 관심이 매우 많다. 이 분야에 대해 왜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게임 디자이너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리해보았다.

최근 클럽하우스라는 소셜 미디어가 뜨겁다. 오로지 음성만을 통하여 커뮤니케이션 한다는 점이 특징. 그런데 여기에서 오는 몰입감이 상당하다. 서로 키보드 소리를 내는 업무방에 있으면 카페에서 함께 작업하고 있는 느낌이 들고, 셀럽과의 대화도 유투브나 트위치에서 채팅으로 대화하는 것에 비해 훨씬 가까이 있는 느낌이 든다. 이제 여기에 몸이 함께 할 수 있게 된다면 실재감이 얼마나 더 커지게 될까? 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메타버스(metaverse)란 3D 가상 공유 공간을 의미한다. VR, AR 등 현실을 가상으로 강화하는 기술을 통해 둘이 하나로 연결된다. '너머'를 의미하는 'meta' 에 'universe' 의 어간 'verse'를 더하여 만든 합성어. 포트나이트에서 열렸던 콘서트나 제페토에서 열린 블랙핑크 버추얼 팬사인회 같은 것들이 그 사례로 언급된다.

게이머라면 이런 개념이 이미 친숙할 수 있다. MMORPG를 통하여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게임 상에 자신의 집을 가지고 거래를 하여 돈을 모으기도 하고. 모닥불을 피우고 앉아 수다를 떨기도 하고, 음악을 연주하기도 하고. 새해 첫 날에 해돋이를 함께 하거나 멋진 풍경에서 데이트를 하기도 하고.

하지만 MMORPG는 최종적으로 메타버스로 도달하지 못했다. 이런 부분들이 그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게임으로 시작하였기에 게임으로 발전하였다. 처음의 MMORPG는 규칙이 단순하여 처음하는 사람에게도 진입장벽이 낮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시스템이 복잡해지면서 취향 면에서나 난이도 면에서나 다수를 포용하기 어렵게 되었다.
  • 게임이 개인화되는 방향으로 발전하였다. 게임들은 점차 다른 플레이어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상호작용의 범위를 제한하기 시작하였다. 어느샌가 대다수의 게임이 가상의 공간에서 각자 혼자 플레이하는 형태가 되었다.
  • 사회의 인식이 좋지 않았다. 바다이야기 같은 것과 함께 ‘게임’ 이라는 키워드로 엮여 사회에서의 첫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 게임을 도박과 마약으로 몰아가는 세력도 게임 속 가상 공간을 위험한 공간인 것처럼 이야기했다.

메타버스의 주요 사례로 언급되는 게임인 로블록스는 이런 부분들로부터 자유롭다. 로블록스는 하나의 게임이 아니라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다. 다양한 규칙의 게임들이 준비되어있기에 다양한 취향의 사람이 포용될 수 있다. 수익분배로써 창작자에게도 충분한 동기부여가 되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이러한 메타버스는 기술의 발전과 사회적 상황에 따라 더욱 떠오르고 있다. 현실을 크게 강화할 수 있는 VR/AR에 필요한 디스플레이, 네트워크, 칩 성능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수준까지 올라왔다. 추가로 코로나라는 사회적 요인으로 인해 가상 공간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미 그 자체로 메타버스였던 MMORPG가 모바일을 지나 새로운 기기의 시대를 맞아 새로이 빛을 볼 것이라 생각한다. 마비노기에서 모닥불 주변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와우에서 다함께 해돋이를 보던 경험. 그 세계에 실제로 있는 듯한 실재감을, 현실에서의 강화된 감각으로 느낄 수 있다면 대단한 경험이 될 것이다.

VR이나 AR에서의 MMORPG는 기존의 게임과 전혀 다른 형태가 될 것이다. 경제 시스템이나 플레이어 간 인터랙션과 같은 몇몇 부분은 기존의 게임으로부터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코어 플레이든 메타 플레이든 거의 모든 디자인 영역에서 기존의 게임 문법을 버리고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는 도전이 필요할 것이다.

VR 보급률은 여러 해에 걸쳐 점점 늘어날 것이다. MMORPG 개발은 기본적으로 수 년의 시간이 필요한만큼, 지금 VR MMORPG 개발을 시도하기 시작하면 합이 맞지 않을까. VR 보급률이 생각보다 늦어지더라도 그 개발 경험을 확보하게 된다면 유의미한 투자가 되지 않을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