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ong

Written by a cat

7시 30분에 일어나 씻고 연안여객터미널로 이동했다. 여관에서 머지 않은 곳에 터미널이 있었다. 돌아오는 표까지 한꺼번에 예매하였다.

연안여객터미널로

시계를 보니 20분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다행히 가볍게 아침은 먹고 출발할 수 있겠다 싶었다. 멀리 찜질방에서 출발했으면 아침을 못먹을뻔 했다며 어제의 괴로움을 달래었다.

우동을 주문해서 후루룩 먹고 배에 탑승했다. 요즘 배 관련 사고가 많은데 무사한 여행되었으면 좋겠다.

터미널에서의 우동

덕적도로 가는 길

인천대교의 위엄은 배를 타봐야 알 수 있는 것이었다. 덕적도까지 1시간 10분 거리인데, 출발한지 25분이 되도록 수평선 너머로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것이었다. 30분 쯤 되어서야 비로소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인천대교

탁트인 바다에 청아한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이미 행복한 여행이다. 기분 좋은 속도감이 더해주는 바람이 바다내음을 내 코끝에 전달해주어 바다 위에 서있는 내가 바다를 더 가까이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선상에서 보는 하늘

예쁜 바다

예쁜 바다

10시 15분이 되어 덕적도에 도착했다. 굴업도로 향하는 배편까지는 한 시간 조금 안되는 여유 시간이 있었다. 가까운 마트에서 생수 한 병 보충하고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민박도 예약했다. 원래 가려던 곳은 단체 손님으로 풀방이래서 다른 곳에 예약했다. 날이 좋아서인지 바다낚시 가는 사람들이 정말 많이 보였다.

덕적도에 도착

기다리는 동안 산책로를 걸었다. 소나무 사이사이로 보이는 바다의 풍경이 좋았다. 도중에 연평도 인근에서 북한과 서로 경고사격을 했다는 속보를 들었다. 서해안에 있는 와중이라 다시금 걱정이 피어올랐다.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우체국 트럭이 배에서 내리는 것을 보자 문득 영화 일 포스티노가 생각났다.

산책로

굴업도로 가는 길

11시 7분 나래호가 도착했다. 배를 미리 타야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앉을 수 있기에 빠르게 탔다. 사람과 화물을 다 싣고 나서 출항했다. 신문과 편지가 담긴 가방을 든 집배원도 함께였다. 큰 섬인 덕적도에는 트럭이 들어오고, 주변의 작은 섬에는 배를 타고 다니며 직접 배달하시는 모양이었다.

나래호

난간에 노란 무당벌레 한 마리가 앉아있었다. 많은 생물들이 인간과 함께 한 곳에서 다른 먼 곳으로 이동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당벌레

1층에는 화물과 차량이 있었다. 움직이지 않도록 휠에 후크를 걸어 배의 바닥에 단단히 고정시켜놓았다.

차량

배의 끝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었다. 간지가 철철 넘치는 이 분이 나래호의 선장이리라 생각했다.

선장님 간지

굴업도 도착

12시 25분 굴업도에 도착했다. 각 민박에서는 배 도착 시간에 맞추어 제각기 차량으로 픽업나와 있었다. 내가 묵은 산장 민박의 차는 트럭이었다. 중간에 차가 더 못 가는 구간이 있어 조금 걸어야했다.

숙소로 가며

마을 전경

생선 말림

하루 자는데 5만원. 어제의 여관보다는 훨씬 깔끔해서 좋았다.

굴업도 민박

방을 나서기 전에 토끼섬에 대해 여쭤보았다. 토끼섬은 썰물 때 걸어갈 수 있는 작은 섬이다. 오늘 밤은 10시, 내일은 오전 9-11시 사이에 갈 수 있다고 하였다. 토끼섬은 내일 가고 오늘은 토끼섬 반대편 방향을 둘러보기로 했다.

1시 15분 민박집을 출발. 선착장부터 빙 돌아보자. 7시가 저녁시간이라니 6시 30분까지 시간이 있다.

굴업도 동쪽

1시 15분 민박집을 출발했다. 민박 저녁 시간은 7시이지만, 돌아오는 시간 생각하면 6시 30분까지 여유가 있었다.

먼저 섬의 시작 지점인 선착장으로 돌아갔다. 여기에 앉아 바다 소리를 들으며 책을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선착장

해변을 따라 걸었다. 모래사장 양 옆에서 파도가 밀려왔다. 그 사이에는 전선없는 전봇대가 띄엄띄엄 놓여있었다. 낯설고 이질적인 풍경에 혼자 서 있으니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았다.

전봇대

해안지형

나무

언덕을 따라 걸었다. 너머에 던킨 도넛 츄이스티 같이 생긴 섬의 끝자락이 보인다. 저 끝이 바로 연평산.

3개의 봉

과거에 뭐에 쓰인 곳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 작은 폐허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뭐하는 곳일까

중간에 계단형 지형이 있었다. 예전에는 이곳에서 농사를 지었던 걸까 하고 생각했다.

계단형 지형

걷다가 길을 만났다. 뒤를 돌아보니 지나온 해변부터 길이 죽 연결되어있었다. 단지 내가 보고 싶은 것 본다고 제멋대로 다니느라 길이 있는 줄도 몰랐던 것.

길을 만나다

연평산도 올라가볼까 했지만, 옷차림은 남방과 청바지에 신발도 운동화도 아니라 도저히 엄두를 낼 수가 없었다. 더욱이 난 혼자라 발 삐끗해도 도와줄 사람도 없다는 점 때문에 포기했다.

연평산

반대편으로 돌며 돌아가기로 했다. 중간에 아주 작은 해변을 만났는데, 요런 해변 근처에 별장 같은 거 하나 짓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해변

멀리 보이는 코끼리 바위. 보통 바위 이름은 억지스러울 때가 많은데, 저 바위는 정말 코끼리 같이 생겼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코끼리 바위

다시 잘록한 해변. 이렇게 섬 동편을 한바퀴 도는 동안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나래호에서 함께 내린 사람이 스무 명은 되었는데 그들은 무얼하고 있을까. 뭐 어쨌든 덕분에 이 섬을 온전히 내가 가졌다는 기분으로 돌아다닐 수 있었다. 작은 무인도 하나 구매해서 살고 싶다는 꿈도 꾸게 되었다.

잘록한 모래사장

선착장에서 독서

오후 3시, 돌아다니기 일정을 마쳤다. 책을 보러 선착장으로 가는데 밀물이 들어와 길이 잠기기 시작했다. 생각없이 걷다가 거칠게 들어온 물에 신발도 조금 젖었다.

작은 게님도 길에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꽃게씨

선착장은 이미 완전히 물에 잠겨있었다.

밀물

그래서 선착장 근처의 언덕에서 풍경 좋은 곳을 찾았다. 나름 추웠기 때문에 해가 드는 곳으로 한 번 옮겼다. 이런 풍경에 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 이번 여행의 테마인 독서를 시작하였다.

이런 풍경에서

리디북스에 올라온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라는 소설을 읽었다. 생수병에 커피 믹스를 타서 만든 커피와 감자칩 몇 조각과 함께. 이런 풍경 속에서 즐기는 여유는 최고의 셀프 생일 선물이었다. 이 행복을 트위터에 공유했더니 리디북스에서 즐거운 여행 되시라며 포인트를 주셔서 더 즐거웠다.

책을 보다

한참 읽고 있는데 물이 더 차오르고 날씨도 추워져서 숙소로 돌아갔다. 다 읽지 못한 부분은 자기 전에 마저 읽기로 했다.

더욱 밀물

하루의 마무리

저녁 식사는 민박집에서 먹었다. 식사로는 굴이 메인이고 나물류와 국이 나왔다. 굴은 비려서 잘 못먹는데, 이곳의 굴은 워낙 싱싱해서인지 부담감 없이 먹을 수 있었다.

혼자다보니 다른 분들과 동석하게 되었다. 수유에서 오신 세 분은 부부와 아내쪽 언니시고, 다른 한 분은 일행과 떨어져드시는 분이었다. 이 분은 한국에 안 가본 산이 없으시다고 한다. 백두산도 다녀오셨다고. 서로 산에 다녀온 경험이라거나, 우리가 숙박하는 민박이 원래는 학교였다거나, 주말 덕적도 배편이 풀이라거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소주도 한 잔 얻어마셨다. 수유에서 오신 세 분은 내일 일출을 같이 보지 않겠냐고 하시는데, 내가 새벽에 일어날 수 있을 리가 없어서 사양하였다. 내일 굴업도에서 덕적도로 가는 분이라고 하시니 또 뵐 기회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생각하였다.

방에 돌아와 전기장판 따땃하게 들고 책을 마저 읽었다. 그렇게 여행 첫 날이자 나의 생일을 마무리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