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ong

Written by a cat

7시에 일어나 정리하고 씻었다. 물이 차가워서 힘들었다. 아침은 어제 저녁과 같은 분들과 먹었다. 그 분들은 일출 보고 오셨다고 하였다.

음식들은 섬에서 나는 재료로 조미료 없이 만드신 거라고 하셨다. 이곳 할머니 따님이신데 잠시 도와드리는 거라고 하였다. 원래는 인근 섬에서 비비큐 체인점을 하고 계신다고.

아침 식사

굴업도 서쪽

썰물 시간에 맞추어 토끼섬에 들렀다 개머리언덕에 가는 것을 오늘 일정으로 출발했다.

썰물 시간인 9시 즈음 출발했다. 섬의 주요 시설은 섬의 서쪽에 있는 모양이었다. 어제 동쪽으로 갈 때는 보지 못했던 여러 시설들을 볼 수 있었다.

태양광 발전

토끼섬

바다가 빠져나간 자리를 따라, 토끼섬을 향해 걸었다.

썰물

올록볼록 예쁜 모양이라 밟고 지나가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양이 예쁘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런 강 같은 모습이 되는 게 신기하다.

강 같은 모습

토끼섬에 오르려면 이렇게 따개비가 가득한 바위들을 올라야했다. 미리 알았으면 짐을 두고 오든 장갑을 끼든 했을텐데 그러지 않아서 괴로웠다. 따개비에 긁혀 손에서 피가 주르륵 흐르기도 했다.

토끼섬 따개비

토끼섬에 오르며 본 바다.

바다를 보다

토끼섬에 오르는 것도 금방이고 내려가는 것도 금방이었다. 토끼가 살아서 토끼섬인가 했는데 토끼를 보지는 못했다. 토끼섬이라는 이름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토끼섬 언덕

10시 30분 개머리언덕 도착. 언덕 넘다 힘들어 포기하고 싶었는데 안하길 잘했다. 정말 최고다. 사방으로 보이는 바다가 너무나도 예뻤다. 이곳에서 좀 더 있고 싶었으나 그늘도 없고 해도 너무 뜨거워 조금 쉬고 다시 출발했다.

개머리언덕

개머리언덕 초입. 듣던대로 사유지라는 경고문이 있었다.

사유지 표시

초입에서 내려다본 토끼섬.

토끼섬

풀들이 바람에 사라락 하는 소리를 들으며 걷는다.

언덕길

죽 이어진 길은 오직 나만을 위한 길... 이라고 생각하며 즐거워했다. 따개비에 긁혀서 피나는 손등에 풀이 스치는 통증에 한번씩 현실로 돌아오긴 했지만.

이어진 언덕길

바다

언덕의 끝. 캠핑하던 사람들이 텐트를 정리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런 풍경에서 하루를 보낸다는 생각을 하자 잊고 있던 캠핑의 로망이 피어올랐다.

언덕의 끝

이런 곳은 미끄러지면 그대로 떨어지는 위험한 곳.

실족 주의

언덕의 끝에 도착했다. 바위에 앉아 챙겨온 레쓰비를 마시며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커피

돌아오는 길에는 갈 때는 보지 못했던 작은 천주교 성당이 있었다. 민박에 다시 들러 마데카솔과 밴드, 그리고 시원한 물도 신세졌다.

성당

그리고 다시 선착장으로 향했다. 물이 차올랐던 길은 오늘은 다시 뽀송뽀송해져있었다.

선착장

정오부터 배가 올 때 까지 대충 앉아 책을 읽었다. 배 시간이 되자 그동안 어디에 계셨는지 모를 사람들이 한분 두분 나타나는 게 신기했다. 나래호가 시간이 되어도 오지 않길래 조금 걱정했지만 다행히 조금 늦은 정도일 뿐이었다.

독서

다시 덕적도로

덕적도에 도착한 것은 2시 30분. 펜션에 연락하고 차를 기다리며 생수와 과자를 좀 샀다. 펜션은 차로 15분 정도 거리에 있었다.

덕적도 도착

방은 상당히 깔끔하고 괜찮았다. 싱크대도 잘 되어있고 화장실에서 온수도 잘 나왔다. 짐 대충 풀고 방 계산하는데, 아저씨가 오늘 저녁 혼자 드신다고 고기 같이 먹자고 말씀하셨다. 원래 누님 분과 함께하는데 오늘 안 계신다고. 황송한 일이었고 6~7시 쯤 뵙기로 하였다. 점심은 컵라면으로 간단하게 먹었다.

펜션

푹 쉬고 오후 4시 지나 펜션을 떠났다. 덕적도에 전기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는 곳이 있다하여 찾아가보았다. 자전거 타고 해안 따라 돌아보려고 했으나, 카드를 대어도 반응이 없었다. 전화를 해보니 전기자전거에 문제가 있어서 안한다고 하더라.

전기자전거

아쉬운대로 주변에 있는 소나무길을 걸었다.

소나무길

소나무 사이로 걷다보니 서포리 해수욕장이 나왔다. 그런데 그 풍경이 너무 맘에 들어 더 돌아다니지 않고 그 곳에서 책을 보기로 했다.

서포리 해수욕장

비수기에 평일이라 해변이 너무나 깔끔했다.

해변

작은 등대,

등대

그리고 의자.

의자

잔잔한 파도. 넓은 해변에 나 홀로. 오로지 바다 소리만 있는 공간.

해질녘

그 곳에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읽으니 더욱 각별했다.

다시 책

6시 일몰과 함께 독서를 마쳤다. 위치 상 수평선 너머로 해가 지는 걸 보지 못해 아쉬웠다.

노을

하루의 마무리

해가 지자 섬은 놀라울만치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덕분에 펜션으로 돌아가는 길을 조금 헤맸다. 아저씨는 10분 쯤 후에 나오면 될 것 같다고 하셨지만 그냥 미리 나갔다.

고기 외에 엄청나게 차려놓으셔서 깜짝 놀랐다. 혼자 먹는 거면 라면 끓여먹고 잤을 거라 하시며 부담말고 드시라 하셨다. 나는 캔맥주, 아저씨는 소주를 마시며 목살을 맛있게 먹었다.

아저씨는 인천 토박이라고 하셨다. 섬 여행사에서 일하신 지 13년이라 서해안 안 가본 섬이 없다고 하셨다. 굴업도 민박집 아주머니도 아실 정도. 작년부터 여행사에서 이 민박을 구입해 직영으로 운영하게 되어 누님과 함께 오게 되었다고 하셨다. 섬 토박이가 아니라 줄곧 인천에서 사셨던 분이라 저녁부터 어둑한 섬의 적막함이 힘들다하셨다. 음악을 트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라고. 나에게는 로망인 삶이라 왜 그런가 여쭤보니 처음엔 좋았지만 그게 반복되니 힘들어지더라고 하셨다. 섬을 며칠 주기로 왔다갔다 하는 것도 귀찮고 힘드시다고. 진상 손님 이야기도 나누고 등등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기자전거는 어제까지만 해도 잘 운영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어 좀 더 아쉬웠다.

저녁 식사

이 날은 블러디문이라고 달이 빨간 날이었다. 여러가지로 선물을 많이 받는 여행이라는 생각에 기뻤다. 폰카라 이 순간이 사진으로 잘 남지 않는 게 아쉬웠다.

달

8시 30분쯤 식사를 마치고 방에 들어와 씻었다. 며칠만에 제대로 샤워하는거라 그런지 대단히 시원했다. 많이 돌아다니느라 피곤해서 책을 보다 말고 10시 쯤 바로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