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ong

Written by a cat

도착하다

새벽 3시가 넘어 노이 바이 공항에 도착했다. 숙소까지는 이런 어두운 길을 1km 걸어가야 했다. 캐리어를 질질 끌며 가니 여러 차가 지나가면서 호객 행위를 했다. 모르는 차를 타는 것 보다는 걸어가는 게 더 낫겠다고 생각했다.

숙소의 직원은 불친절했다. 방 역시 깔끔하지 못했다. 새벽에는 다른 방에서 들려오는 물소리가 잠을 방해했다. 샤워하는데 5분 만에 온수가 끊겼다. 좋지 않은 시작이었다.

숙소 가는 길

3시간 쯤 자고 일어나 공항으로 향했다. 환전을 하고 유심을 구매하여 장착을 하자 갑자기 자신감이 샘솟았다. 86번 버스를 타고 하노이 시내로 향했다. 창 밖의 커다란 태양을 보자 아침까지의 모든 불쾌함이 싹 씻어지는 느낌이었다.

버스에서 본 밖

어느 노점

노상에는 작은 식당들이 많이 있었다. 이곳 사람들은 노상에서 아침을 먹고 일터로 떠난다고 읽었는데, 양복입은 사람들의 모습이 그를 다시 확인시켜주었다. 적당히 사람 많으면서 자리가 있는 곳에 앉았다.

노점 풍경

분짜를 주문했다. 못 알아들으면 어쩌나 했는데 의외로 알아들으셨다. 면을 담가 먹는데 익숙하지 않은 맛과 향에 역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고기를 한 입 베어 물자 입 안에서 맛이 비로소 완성되며 "이것을 위한 맛이었구나!" 속으로 탄성을 질렀다.

허겁지겁 먹고 있는데, 한 여자가 내 옆에 턱 앉았다. 이 사람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테이블에 놓인 채소 그릇을 자기 앞에 가져다놓고 먹었기 때문. 무덤덤하게 젓가락으로 채소를 계속 가져다 먹으니까 나보고 뭐라 말을 했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한 것인지 나는 영원히 알 길이 없을 것이다.

분짜

성 요셉 성당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문득 오늘이 크리스마스라는 것을 깨달았다. 성당에 가면 이 곳에서 크리스마스 미사를 보내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는 길은 험난했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본 베트남에서 길 건너기 영상이 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복잡한 도로에는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뒤섞여 정신없이 다니고 있었다. 신호등과 횡단보도는 너무나 드물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건너는 걸 관찰하다보니 이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이 혼란스러운 와중에 나름의 질서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노이 도로

성당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건물이 꾸며져 있었다. 행사를 하려는 것인지 무대도 세팅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주변 어떤 장식 보다 성당 건물 자체가 아름답다 생각했다.

성 요셉 성당 전경

성당 안에 들어가 내부를 구경하다가 자리에 앉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순식간에 사람들이 가득찼다. 미사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모든 게 신기했는데,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2시간 쯤 듣고 있으니 괴로웠다. 중간에 주변 사람들과 악수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 후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줄을 서기 시작했다. 나는 그 틈을 타서 밖으로 빠져나왔다.

성 요셉 성당 미사

응옥썬 사당

응옥썬 사당은 호안끼엠 호수를 따라 반바퀴 돌면 있다. 길에 보이는 롯데리아와 여러 한글 간판이 신비함을 흐리던 차에, 밝은 빛깔의 전통 건축이 다시 타국에 온 느낌을 되살려주었다. 그렇지만 이 곳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응옥썬 사당 가는 길

고양이였다. 그 많은 사람들이 옆에 지나다녀도, 사람들이 둘러싸고 사진을 찍거나 쓰다듬어도, 사당 앞에 있던 그 고양이는 가끔 눈만 꿈뻑이며 태연하게 일광욕을 즐길 뿐이었다. 정말이지 사랑스러운 뻔뻔함으로 가득했다.

사당의 고양이

숙소

숙소에 체크인 하기 전, 근처에 있는 아무 가게에 들어갔다. 생각없이 들어간 이곳에서 먹은 쌀국수가 여행 동안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었다. 쌀국수에 닭고기와 닭껍질 한 점씩을 집고 후루룩 먹으니 한국에서 먹은 그 어떤 쌀국수 보다 맛있었다. 옆에 다른 사람이 합석했는데, 그 사람 따라 소스와 고추를 얹어 먹으니 매콤한 맛이 더해져 순식간에 그릇을 비울 수 있었다.

포 가

두번째 숙소는 직원도 친절하고 방도 깔끔하고 시설도 좋았다.

숙소 입구

콩 카페

맛집을 찾아다니는 여행은 나와는 거리가 멀다. 미식을 딱히 선호하지 않기도 하고, 주로 혼자 다니기에 한국에서는 하려고 해도 할 수 없기도 하고. 그렇지만 커피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좋아하기도 하고 혼자서도 즐길 수 있으니까.

그런 점에서 이곳 하노이가 반가웠다. 카페도 커피를 즐기는 사람도 엄청 많았기 때문이다. 노점 카페 조차 목욕탕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가득했다. 이곳에서는 노점에서 식사를 하고 이어서 커피를 마시는 게 생활인 듯 했다.

그 중에서 콩 카페라는 체인점에 갔다. 노점 카페도 궁금하긴 했지만, 한국에서도 먹을 수 있는 베트남 인스턴트 커피 맛일 것 같고, 기왕이면 좋은 전망에서 마시고 싶었기 때문이다. 말로만 듣던 연유 커피를 하나 주문했다. 이렇게 생긴 깃발을 주는데, 테이블에 놓고 앉아있으면 커피를 가져다준다. 진동벨이 울리면 직접 가지러 가야하는 한국과는 다른 모습이라 재미있었다.

콩 카페 대기표

폰을 만지작거리며 있으니 곧 커피를 가져다주셨다. 의도하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위에 하트가 그려져있어 모양도 마음에 들었다. 스푼으로 휘휘 저어 한 모금 들이켰다. 오늘의 첫 커피라는 점과 더해져 감동의 맛이었다. 분명히 더 좋은 맛인데도 더위 사냥 맛이라는 이상의 표현을 못하는 자신이 안타까웠다.

바깥을 보면서 마시기 위해 창쪽으로 향했다. 일본 아가씨 두 명이 지도를 펼쳐놓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옆에 앉아도 되겠냐고 하자 웃으며 승낙해주셨다. 공부를 별로 안하고 온 터라 서로 다녀온 곳에 대해 이야기하며 여행 정보를 나누었다. 서로의 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하다 보니 시간이 잘 갔다. 혼자 여행을 오는 것은 이런 새로운 맛이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콩 카페 커피

타 히엔 맥주거리

지도를 보며 벼르고 벼르던 곳. 매일 밤 오기 위해 숙소도 이곳 근처로 잡았다. 맥주거리라고는 하지만 여러 종류의 술집이 있었고, 현지인과 외국인이 뒤섞여 신나게 마시고 있었다. 어디에 갈까 한바퀴 돌다가, 어차피 본들 뭘 알겠어 하며 내키는 곳에 적당히 앉았다.

타 히엔 맥주거리

현지 맥주 3종류를 한 병씩 주문했다. 잔에는 얼음이 담겨나왔다. 아마 냉장고가 없어서 그런 듯 했다. 하노이 맥주는 싱겁고 살짝 신 맛이 있어 취향이 아니었다. 타이거는 탄산이 많고 맛이 좀 더 강했다. 사이공은 그 둘의 중간쯤 되었다.

현지 맥주들

사람들

홀로 앉아 맥주를 마시는데 주변에 여러 사람이 우르르 앉았다. 일행 중 내 앞에 앉은 사람이 소란스러워 미안하다며 먼저 내게 말을 건넨 것이 이야기의 시작. 그렇게 그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들은 호주에서 온 학생들이며, 친구 중 한 명이 곧 결혼이라 함께 여행을 다니는 중이라 하였다. 결혼한다는 친구는 내 바로 왼쪽에 앉아있었기에 그를 축하하며 함께 건배하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주제가 맥주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러자 그는 서울에도 다녀갔다고 하며 카스, 하이트 이름을 대었다. 한국 맥주 별로 아니냐고 묻자 소맥으로 맛있게 먹었다고 했다. 너무 신기해서 소맥을 어떻게 아냐고 물어보니 코리안 BBQ 사장님이 알려줬댄다. 한국을 정말 제대로 알아갔다고 생각했다.

브라질에서 홀로 여행온 사람도 있었다. 그는 카운셀러이며 연말 휴가를 맞아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했다. 그가 여행을 다니며 그린 그림들을 보여주었는데 대단히 잘그렸다. 풍경과 사람과 그만의 독특한 시선이 노트에 담겨있었다. 그가 나의 직업을 물었을 때는 내가 게임디자이너라는 것과 곧 출시할 게임의 이름을 노트 마지막 페이지에 적어주었다. 밤이 깊어지자 서로의 사생활 이야기까지 함께하게 되었다. 사생활 이야기이니 만큼 여기에 적지는 않는다. 진중한 이야기들이 오가며 서로 위로와 격려를 하는 멋진 여행 첫날 밤이었다.

브라질 여행자의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