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ong

Written by a cat

아침

패키지 관광을 가는 날이다. 못 일어날까봐 걱정했지만 산뜻하게 일어났다. 심지어 조식을 먹어도 될 정도로 여유롭게 잠에서 깬 것.

그러나 폰이 하나도 충전되어있지 않았다는 큰 문제가 있었다. 어댑터에 꽂아도, 보조 배터리에 꽂아도 충전이 안되는 걸 보면 케이블 고장인 것 같았다. 산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몇 번 쓰지도 않은 케이블이라 충격이 컸다.

케이블 고장

일단은 아침부터 먹기로 했다. 구성이 굉장히 알찬 부페식 조식이었다. 하나하나가 맛도 좋았다. 여유롭게 커피까지 한 잔 하고 나니 일찍 일어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식

하지만 식사를 마치고 나자 다시 케이블 생각에 정신이 혼란스러웠다. 배터리가 35% 밖에 없어 사진이나 제대로 찍을까, 유사시에 연락을 못하면 어쩌나 온갖 걱정이 머리에 가득했다. 아침 8시도 되기 전이라 가게는 문을 열지 않았다. 그나마 문을 연 편의점에서는 한국과 달리 케이블이 없었다.

외국인 대가족이 있었다. 한국인 대가족이 탑승했다. 케이블을 빌려보려고 했으나 USB Type-C 케이블은 누구에게도 없었다. 결국 버스는 출발했고, 나는 마음을 비우기로 하며 도착하기 전까지 폰을 껐다.

버스

호아루

베트남의 옛 왕조의 수도라고 한다. 흐린 날에 가서 그런지 풍경이 더욱 운치있었다.

입구

초입에 있는 연꽃이 떠있는 연못의 풍경이 이 곳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연못

연꽃은 벽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세월이 느껴지는 이런 것들을 좋아한다.

연꽃 장식 벽

사당에는 사람이 너무나 많아서 괴로웠다. 주요 지점은 가이드가 한 무리의 사람들을 세워두고 한참을 설명하느라 제대로 구경하기 어려웠다. 그 많은 사람들이 서로 사진을 찍으며 통행을 막는 것도 번거로웠다. 사당이 두 개였는데, 다른 하나도 피곤할 것 같아서 가이드와 수다나 떨고 있었다.

사당

땀꼭

투어 버스에 내 호텔에서는 외국인 대가족이 탑승하고, 이어서 한국인 대가족이 탑승하는 걸 보면서 정말 재미없는 투어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의외로 나같이 혼자 온 여행자가 두 명 더 있었다. 한 명은 말레이시아에서 유학 중인 일본인이고, 다른 한 명은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변호사였다.

점심 때는 일본인 유학생과 함께 밥을 먹었다. 이력이 흥미로웠는데, 일본에서는 드물 것 같은 미션 스쿨을 나와, 말레이시아의 대학에서 사회 과학을 공부하는 중이라고. 언어가 통하냐고 물으니 젊은 층 대부분이 영어를 써서 문제 없다더라.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주고 받아 재미있었다.

땀꼭은 작은 보트를 타고 강을 따라 유람하는 곳이다. 사공이 발로 노를 젓는데, 말로는 들었지만 정말 신기했다. 자전거 같은 느낌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아무 장치 없이 정말 발로만 젓는 거라 훨씬 어려우리라. 그러다가 앳된 사공 한명이 노를 젓는 걸 보았다. 아마 어릴 적 부터 노를 저어 돈을 버는 것이리라. 문득 나의 즐거움 뒤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상기하게 되었다.

땀꼭

땀꼭은 3개의 동굴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강을 따라 있는 세 개의 동굴을 지나갔다 돌아온다. 풍경이 좋고 물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절로 편안해졌다. 처음에는 같이 탄 분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어느샌가 둘 다 풍경만 바라보게 되었다. 다른 보트의 사람들도 다르지 않아 죄다 멍하니 풍경만 보고 있었다.

동굴

물 위의 생활 양식

풍경 보다는 역시 그 안에서 사람이 사는 방식에 더 관심이 갔다. 강을 따라 있는 집의 생김새라거나, 천연 동굴 아래에 보트를 보관하거나 제단을 세워놓는 모습. 어차피 강으로 도망가지 못하니 닭들을 닭장 없이 풀어놓고 키운다거나 하는 그런 모습들.

물 생활 양식

물 생활 양식

천연 동굴 제단

돌아가는 길

동굴 3개를 모두 통과하면 회차점이 있다. 그곳에는 가만 서있는 보트들이 먹을 것을 이것저것 판매하고 있다. 사공들은 돌아가는 길에 그쪽으로 바짝 붙어 지나간다. "1달라, 1달라" 하며 과일을 들이대지만 고개를 저었다.

회차점

투어의 마무리

걱정했던 비가 오지 않아 다행이었다. 그렇지만 날은 점점 흐려져 쌀쌀하게 느껴졌다. 다음 코스는 자전거 타고 주변 한 바퀴 도는 것이지만 나는 사양했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곳을 달리기 보다는, 따뜻한 커피를 한 잔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유학생은 자전거를 타러 갔고, 변호사와 둘이 다른 사람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려야했다.

그는 비즈니스 트립을 왔다가 휴가 쓰고 곳곳을 다니는 중이라고 하였다. 1월 1일까지 있다가 돌아갈 예정이라고. 새해를 가족과 함께 하지 않아도 괜찮냐고 물었더니 이야기해서 상관없다고 했다. 묵고 있는 호텔이나 각자의 직업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돌아가는 길에는 늦게 도착하여 케이블을 살 가게들이 문을 닫으면 어쩌나 걱정했다. 지도 없이는 타 히엔 맥주거리에 다녀올 자신이 도저히 없었기 때문이다. 길이 막혀 걱정했으나 무사히 케이블을 살 수 있었다.

타 히엔 맥주거리

오늘은 바에 한번 가 보기로 했다. 바들이 모여있는 골목에 가서 이곳저곳 둘러보았고, 그 중 FatCat 이라는 바가 이름도 마음에 들고 가격도 적당해서 들어갔다.

바

시샤와 데킬라 샷을 함께했다. 맛이 연했지만 정말 오랜만의 시샤라 정말 맛있게 피웠다. 바는 길거리와 달리 일행이 있는 사람들이 주로 오는 것 같았다. 아쉬운대로 음악을 들으며 내 걱정스러운 앞날이나 생각하기로 했다.

시샤

어느 꼬마 아이

그러던 차에 한 꼬마가 갑자기 현란한 댄스를 추며 바를 누볐다. 그 아이와 함께 춤을 추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바텐더에게 저 아이가 누구인지 물어보니 내 뒤에 있던 가족의 아이라고 하였다. 부부가 부모님과 아이를 데리고 바에 온 모양이었다. 그 가족에게 아이를 가리키고 엄지 척 해보이니까 내게 말을 건네며 건배를 청하였다. 그 말이 영어가 아니어서 하나도 알아듣지는 못했다. 그러나 기분 좋다는 것은 분명히 전해졌다. 그 후로 서로의 언어로 주저리 주저리 하며 건배하며 시간을 함께 보냈다.

춤추는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