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ong

Written by a cat

하루의 시작

새벽에 후두두두 두들기는 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처음에는 누가 이 시간에 이렇게 시끄럽게 하나 짜증이 났다. 하지만 그게 빗소리라는 것을 알자 너무나 좋은 소리로 느껴졌다.

정해놓은 일정이 없는 날이라 느긋하게 일어났다. 정오가 지나 숙소에 짐을 맡기고 체크아웃 했다. 잔잔하게 내리는 비를 보며, 자기 전에 소망한 게 이루어졌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곧 장대같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이 비는 이 곳을 떠날 때 까지 그치지 않았다.

지나가다 구석진 곳에 가서 반 바오로 가볍게 끼니를 때웠다. 고기와 메추리알이 든 찐빵 같은 것인데, 고기의 양이 적어서 시무룩하며 먹었다.

점심을 먹은 골목

하노이 서점 거리

지도에서 동선을 그리며 3일 차의 하이라이트로 생각했던 하노이 서점 거리. 어쩌면 베트남의 고서적도 찾아볼 수 있는 낡은 책방이 가득한 거리를 상상했다. 하지만 대단히 예쁘게 생긴 거리여서 깜짝 놀랐다.

요렇게 예쁘게 생긴 작은 서점들이,

하노이 서점 거리 건물

이렇게 줄지어 있는 거리다.

하노이 서점 거리

타지에서 인터뷰를 하다

지나가며 구경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불렀다. 외국인이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하자 인터뷰를 하자고 하였다. 손사레를 하며 거절했지만 계속 부탁하여 한 서점으로 들어갔다.

서점 거리에 오게 된 계기와 받은 인상이 무엇인지 물었다. 베트남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기 바라며 만든 거리라고 하였다. 한국에도 이런 곳이 있는 지 물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에게 독서를 장려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지 물었다.

서점 주인과 방송국 분들

책 구매

베트남어를 모르기에 되도록 그림이나 아트북 위주로 찾았다. 기왕이면 베트남 전래동화 같은 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어로 물어보았지만 잘 통하지 않았다. 그러다 구글 번역기로 영어 → 베트남어 번역을 보여주자 아하! 하며 이것저것 추천해주셨다. 베트남의 간략한 역사서와 전래동화 3권을 샀다. 베트남어와 영어가 함께 표기 되어 있어서 내용도 이해할 수 있고 더욱 좋았다.

구매한 서적들

카페에서 휴식

한적하게 앉아 커피를 마시며 쉬었다. 비가 퍼부어서 그런지 나 혼자 있었고, 오직 빗소리만을 한껏 즐길 수 있었다.

서점 거리 카페

하노이 역

근처에는 하노이 역이 있다. 이 곳의 역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서 찾아가보았다. 역 주변에도 신호등이 없어서 달리는 차와 바이크 사이로 알아서 지나가야했다.

하노이 역

내부는 이렇게 생겼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어있긴 하지만 발권 기기는 없었고, 매표소에서 표를 뽑는 모습이었다.

하노이 역 내부

문묘

문묘는 지도 보다가 순전히 이름이 간지나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한자로는 文墓, 영문으로는 Temple of Literature. 얼마나 멋진가.

천 년 역사를 가지는 문화재인데 담장이 의외로 현대적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돌담 같은 게 아니라 쇠창살로 된 울타리라 내부가 잘 보이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밖에서 본 문묘

문묘의 입구.

문묘 입구

비오는 날 연꽃 둥실 뜬 연못 위에 빗방울이 퍼져나가는 걸 보니 정말 운치있었다. 과거의 사람들도 이 모습을 보면서 즐겼겠지.

문묘 연못

과거에 합격한 사람들의 이름을 기록한 비라고 한다. 천 년 후에도 자신의 이름이 기록된 비를 누군가 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그것을 알았더라면 더욱 명예롭게 생각했을 것 같다.

문묘 비석

탕롱 왕성

천 년 전 옛 왕조의 수도이자,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에 등재된 탕롱 왕성. 비가 하도 많이 와서 사람이 없다보니 한적한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좋았다.

탕롱 왕성

이 풍경이 마음에 들었다. 우산을 잠시 내려두고 마음에 드는 예쁜 풍경을 바라보았다. 사람이 없기에 있고 싶은 만큼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가만 있으니 추위가 느껴져 걸음을 옮겼다.

2층에 서서

탕롱 왕성 자체 보다는 그곳에 있는 박물관들이 내 취향이었다. 베트남 역대 왕조의 대표 유물들을 모아 전시하는 곳인데, 한국과는 전혀 다른 양식의 유물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를테면 기와에 악어가 새겨져있다거나 하는 것을 나는 살면서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

유물들

주변에는 하노이 폭격 당시의 승전 기념관이 있었다. 당시 탕롱 왕성을 지휘부로 썼는지 방공호 같은 것도 있었는데 그 곳에는 가보지 않았다. 승전 기념관에는 자부심이 담긴 사진이 많이 있었지만, 그보다는 폐허가 된 모습들이 눈에 더 들어왔다. 살면서 한국과 미국의 관점에서만 세상을 본 것 같은데, 다른 관점에서도 보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승전 기념관

바딘 광장

탕롱 왕성에서 좀 더 걸으면 호치민 묘가 있다. 그 곳은 오전에만 입장할 수 있기 때문에 멀리서 보는 정도로만 만족하기로 했다. 이 넓은 광장에 이곳의 가족과 연인들이 북적대는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바딘 광장

광장의 끝에 있는 주석궁이 있다.

주석궁

서호

비는 그칠 기미도 없고 옷은 이미 많이 젖어서 춥던 터라 여행을 여기서 마칠까 했다. 그렇지만 조금만 더 가면 서호라는 생각에 걸음을 좀 더 옮겼다.

서호로 가는 길에 지도에는 도교 사원이라고 표시된 곳이 있었다. 도교 사원의 입구인데 문묘의 입구랑 양식이 비슷해보인다는 점이 신기했다.

도교 사원

서호는 정말 대단히 넓었다. 수평선이 보일 정도라 맛을 보면 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비가 엄청나게 와서인지 수면은 굉장히 격했고, 몇 시간만 비가 더 오면 길까지 물이 넘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재미있는 건 그 와중에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 물고기를 잡아서 잔디밭 위에 던져뒀는데, 내가 놀란 표정으로 엄지 척 하자 씨익 웃으며 같이 엄지 척 하는 모습이 쿨해보였다.

서호

쩐꾸옥 사원

이 곳 사람들은 호수 위에 뭘 짓는 걸 좋아하는 건가 하고 생각했다. 호수 위에 있는 절이었는데, 한국에 있는 절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라 사적 중에는 가장 재미있는 곳이었다.

쩐꾸옥 사원 입구

거대한 탑의 주변을 한자가 한 글자씩 새겨진 작은 탑들이 둘러싸고 있었고,

탑들

탑의 안에는 층층마다 불상이 있었다.

탑에 놓인 불상

사당은 어느 곳을 가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모금함이 있는 것까지)

사당

다시 호안끼엠 호수

돌아오는 길은 발걸음이 무거웠다. 비에 젖은 채로 너무 오래 걸어 춥기도 하고, 심지어 저질 육체라 온몸이 비명을 질렀다.

호안끼엠 호수로 돌아오는 사이에 날이 완전히 저물었다. 오는 길에 민가 사이로 지나는 철길을 보았는데, 정말로 기차가 다니는 철길인가 궁금했다.

철길

호텔에 맡겨둔 짐을 찾아 공항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하는 길. 호수 주변에는 사람이 정말 아무도 없었다.

호안끼엠 호수 야경

반짝반짝하는 호수 야경과 함께 첫 혼자 여행은 끝.

호안끼엠 호수 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