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ong

Written by a cat

최근 Notion 이라는 서비스를 알게 되었다. 노트, 작업관리, 위키를 합친 올인원 서비스인데, 그럼에도 완성도가 상당히 높아서 인상적이었다. 1

이 서비스는 업무 뿐 아니라 개인용으로도 좋다는 점을 예시 템플릿으로 어필한다. 이래저래 만져보니 실제로 괜찮아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기에 개인 문서를 담아두는 것은 내키지 않는다. 보안 때문도 아니고, 월 구독료 때문도 아니다. 개인 문서는 평생 가져가야하는 반면, 모든 서비스는 언젠가 종료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개인 문서 관리 도구의 조건을 문서로 정리해본다.

개인 문서이기 때문에...

업무 문서는 회사를 나오면 다신 볼 일이 없다. 그러나 개인 문서는 평생 가지고 있으며, 보고 싶을 때 언제든 볼 수 있어야 한다. 그 때문에 개인 문서는 이런 조건 하에 관리되어야 하는 것 같다.

문서는 내 PC에

모든 서비스는 언젠가 수명을 다한다. 서비스가 수명을 다 한다고 내 문서가 함께 수명을 다하는 것은 곤란하다. 네이버 블로그에 있는 글 수백개를 하나하나 복붙하여 티스토리로 옮긴 것은 그런 이유에서이다.

처음에는 백업 기능이 있는 서비스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티스토리가 갑자기 백업 기능 제공을 중단하는 것을 보며, 이제는 서비스 자체에 의존하지 않기로 했다. (물론 누군가는 한국 서비스만 안 쓰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기는 했다.)

결과적으로 문서는 내 PC에 있어야 한다. PC의 데이터가 날아가면 어떡하냐는 의견도 있지만, Dropbox와 같은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함께 저장하면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최대한 일반적인 포맷

언제 어디서나 보거나 쓸 수 있으려면 문서의 포맷이 최대한 일반적이어야 한다. 개인 기기가 아닌 것으로도 문서를 열어볼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Windows 10에 OneNote를 기본 제공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인 것 같다.)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문서 작성 도구가 단종될 수 있다는 점도 있다. 단종까지 가지 않더라도 일반적이지 않은 프로그램이 되면 매우 번거로워진다. .hwp 파일이 바로 그 예.

순수 텍스트 파일이 가장 범용적이기는 하나 서식을 지정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현실적으로는 마크다운이 최고의 포맷인 것 같다.

취향의 영역

아래의 내용은 순전히 개인의 취향에 해당하는 영역이다.

DB 미사용

문서가 파일로 저장되면 백업이 너무나 편하다. 데이터 저장 폴더를 드랍박스 폴더 안으로 링크 걸어놓으면 끝. 이런 방식으로 사용하면 드랍박스와 연동되는 노트 앱에서 문서를 바로 편집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

문법 강조

생활 코딩을 즐기는 내게는 없어서는 안되는 기능이다. Evernote나 OneNote를 쓸 때 이 기능이 없다는 점이 정말 불편했다.

공유 기능

개인 문서라고 해도 다른 사람에게 공유해야할 일이 있기 마련이다. Dropbox의 링크를 통한 이미지 공유나, Google Docs의 링크를 가진 사용자에게 권한 주기 기능은 정말 편하다.

Python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나 필요한 기능이 없어 스킨과 플러그인을 직접 만들 일이 종종 있다. 그럴 때 기왕이면 가장 친숙하면서 사용하기 편한 Python을 사용하고 싶다. Wordpress나 DokuWiki를 쓸 때는 이따금씩 PHP로 뭔가 만들어야하는 게 괴로웠다.

정리

내가 원하는 도구의 조건은 이렇게 정리된다.

  • 내 PC에 문서 저장
  • Markdown 사용
  • DB 미사용
  • 문법 강조
  • 공유 기능
  • Python

아쉽게도 이걸 모두 만족하는 도구는 찾지 못했다. 그래도 가장 근접한 도구는 DokuWiki와 Lektor.

지금 사용하고 있는 것은 DokuWiki. 개인 서버에 올리고 문서 저장 폴더를 드랍박스에 연결하는 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위키의 문법이 독특하고, 언어가 PHP라는 점을 제외하면 내가 원하는 도구에 가장 가깝다.

Lektor는 정적 웹 생성기로, 포트폴리오와 블로그에 사용하고 있다. Markdown을 사용하기는 하나, 문서의 컨텐츠와 메타 정보를 .lr 이라는 확장자의 문서에 모아서 저장한다. 이 때문에 모바일 텍스트 에디터에서는 이 파일을 편집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2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걸 모두 만족하는 도구는 결국 없어서 직접 만들기로 했다.


  1. 정작 이상한 부분에서 완성도가 낮기는 하다. 한글 제목을 쓰면 마지막 글자가 잘린다거나, 앱에서 블루투스 키보드로 글을 쓰는 게 불가능하다거나.

  2. 문서의 확장자를 .md로 할 생각은 없냐는 질문이 있었는데, 개발자는 마크다운 텍스트를 포함하고 있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