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ong

Written by a cat

한국-EU FTA의 진행 경과와 결과를 정리하고, 협상 내용을 품목별로 평가해본다.

한국과 EU는 지난 10월 6일, 자유 무역 협정(이하 FTA) 협정문에 공식 서명하였다. 이로써 한국은 EU와 FTA를 맺은 동아시아 최초의 국가가 되었다. EU는 전세계 GDP의 30%를 차지하고 있어,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가 될 전망이다. 잠정 발효일은 2011년 7월 1일로 결정되었다. 2011년 6월까지 한국 의회와 EU 회의에서 비준이 될 경우 공식 발효된다.

1. 한국-EU FTA 요약

협상의 결과로, 양측은 공업품과 교역품의 99.6% 품목에 관세를 철폐하게 된다. 품목수 기준으로 한국은 81.7%와 EU 94%의 제품에 대해 협상 발효 직후 바로 관세를 철폐한다. 발효 3년 후에 추가로 한국은 5.5%, EU는 2.9%의 제품에 대해 추가로 관세를 철폐한다.

최종적으로 5년 후에는 한국은 93.6%, EU는 99.6%의 제품에 관세를 철폐한다. EU는 5년 이내에 모든 양허 품목에 관세를 철폐하며, 한국만 7년 이상 장기 관세 철폐 항목을 가진다. 7년 내 철폐 품목은 45개이며, 이는 품목수 대비 0.5%에 해당하며, 수입액 기준으로는 1.3%를 차지한다. (순모직물, 건설 중장비, 인쇄기계, 합판, 밸브, 의료용 전자기기)

특별히, 자동차 관세의 경우는 양측의 자동차 산업을 위해 3~5년을 두고 철폐된다. (중대형 1500cc 초과 : 3년, 소형 1500cc : 5년) 협정에는 많은 농업 제품도 포함되어 있지만, 쌀과 쌀 관련 제품은 관세 철폐에서 제외되었다.

또한, 서비스 분야의 경우, 한국은 EU에 115개 분야의 산업을 열었고, EU는 한국에 133개 분야의 산업을 열었다. (WTO 서비스 분류 155개 섹터 기준)

2. 진행 경과

한국과 EU는 공식적으로 2007년 5월 FTA 협상을 시작하였다. 산업 관세와 자동차무역의 이견을 좁히는 것을 시작으로, 양측은 8번의 공식 회담을 가지고 회기간 협상회의(inter-session meeting)도 가지며, 2년 2개월에 걸쳐 민감한 사안에 대한 입장차를 좁혀나갔다.

지난 3월 양측은 자유 무역 협정에 잠정적 합의를 보았다. 공업품에 관세를 철폐시키는 것과 같은 다양한 부분에서 합의를 보았다. 이른 타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4월 런던에서의 장관급 회담에서는 가장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최종합의를 하였다.

지난 5월에는 관세환급과 원산지 규정과 같은 남은 민감한 사안을 다루어졌으며, 이는 6월 파리에서의 회담으로까지 연장되었다. 결과적으로 합의 확정안에서 EU는 한국에 관세환급을 허용하였다. 이는 칠레와 멕시코와의 현 자유 무역 협정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7월 협상을 마치고, 양측은 후속 과정을 마치기 위해 10월 협정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자국의 자동차 산업을 우려한 이탈리아의 반대로 이 과정은 잠시 중단되기도 하였다. 이탈리아는 한국-EU FTA 승인을 지지하는 대신 발효 시기를 6개월 늦춰달라고 하였고, EU 이사회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로 인해 FTA 잠정 발효일이 2011년 1월 1일이 아닌, 2011년 7월 1일이 된 것이다.

※ 관세환급 수출용 원재료가 수입될 때 일단 관세를 부과하였다가 동재료가 사용된 완제품이 수출되는 시점에서 관세를 환급하여주는 제도

3. 예상되는 효과

(평균은 15년간의 평균 수치)

EU는 중국 다음으로, 한국의 두번째로 큰 교역 상대가 되었다. 교역 규모는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984억 달러, 2009년 788억 달러에 달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보고서에 따르면, FTA의 결과로 한국의 GDP는 0.1%~5.6%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 25만 3천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예상되며, 이 중 서비스 분야가 21만 9천, 제조 분야에서 3만 3천, 농업 분야에서 1천개가 차지한다. 한국의 EU로의 수출은 연 평균 25.3억 달러 증가할 것이고, 수입은 21.7억 달러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산업이 연간 14.1억 달러의 수출 증대 효과를 보며 최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관세가 5년 텀을 두고 점진적으로 철폐되면서, 한국의 EU에서의 자동차 시장이 국내 시장보다 14배 뛸 것으로 보인다. 전자 분야도 연간 3.9억 달러, 섬유 분야도 연간 2.2억 달러라는 수출 증대 효과를 볼 것으로 보인다.

수입의 경우 전기전자 분야에서 4.3억 달러로 증가폭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며, 기계 분야가 3.8억 달러, 정밀화학 분야가 2.9억 달러로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실물 경제에서 이득을 볼 뿐 아니라 더 많은 해외 투자를 받아들이면서 금융 시장에서도 이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덧붙여, KIEP에 따르면 한국-EU 협정은 비준을 기다리고 있는 미국과의 협정과 더불어, 한국의 이미지를 ‘선진 무역 국가’로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하였다.

반면에 협정은 농업 분야에 매년 2억 달러 규모의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돼지고기와 낙농업 분야에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며, 축산업 분야는 전체 생산액 감소의 94%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EU가 한국과 FTA협정을 맺으면서, 이는 계류중인 한국-미국 FTA 협상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며, 다가오는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4. 해외의 평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FTA가 유럽 기업에 190억달러, 한국 기업에 130억달러의 가치를 안겨 유럽이 절대 이익” 이라는 분석을 내놓으며, 중국 신화통신은 “농업 분야의 피할 수 없는 타격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언론은 여전히 협정이 체결되었다는 것에 안도하고 있다.” 라고 비평하였다.

5. 나의 평가

결론부터 말하면, EU가 한국에 비해 협상을 더 잘 했다. EU는 한국에 내줄 것은 내주면서 꼭 필요한 것은 다 얻었다. 반면에 한국은 얻은 것은 많지만 쓸모없는 것을 많이 얻었다.

우선 자동차 협상에서 EU 측은 얻을 것은 다 얻었다.

  1. 긴급 관세1 조항 확보
  2. 차종별 관세 철폐 기한에서도 이득
    • 중대형 1500cc 초과 : 3년 내 관세 철폐 ← 유럽으로부터 70% 이상 수입(독일에서만 67%)
    • 소형 1500cc 이하 : 5년 내 관세 철폐 ← 유럽으로 경차 63% 이상 수출
  3. FTA 발효 6개월 연기 (이탈리아가 FTA 타결 지지 조건으로 발효시기를 6개월 늦출 것을 요구, 이를 승낙하였다.)

한국의 무역 특성상 관세환급은 매우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다. 관세환급을 유지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은 한국이 잘한 일이다. 한편 EU는 관세환급을 유지하는 대신 “협정 발효 후 5년 뒤부터 역외 원자재 조달방식에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경우 해당 품목에 대한 관세환급 비율에 5%의 상한을 둘 수 있다.” 라는 조건을 달아놓음으로써 관세환급의 이득을 제3국이 가져가는 것을 잘 방지, 실리를 잘 챙겼다. 이 부분은 크게보면 한국과 EU 모두 윈-윈한 협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크게보면’이라는 단서를 다는 이유는 애초에 관세환급이 WTO에서 인정하는 제도이기 때문.)

농업 협상은 굉장히 아쉬운 협상이라고 판단된다. 정부와 언론은 민감한 쌀과 쌀 관련 제품은 양허에서 제외하고, 민감한 농산품에 장기 관세 철폐 및 TRQ 등으로 한국 농업을 보호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실제 품목을 살펴보면 이는 정부의 명분과 구색 맞추기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한국 쌀 수입 현황 (2008)

  • 시판용 밥쌀 : 중국 63%, 미국 35%
  • 가공용 쌀 : 중국 55%, 미국 25%, 태국 20%

우선 쌀 수입 현황을 보면 애초에 한국은 유럽 쌀을 수입하지 않았다. 이는 유럽 쌀이 찰기와 윤기가 없어 한국 소비자의 입맛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쌀과 쌀 제품을 양허했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국내 쌀산업에는 전혀 타격이 없었을 것이다. 한국은 쌀을 양허 품목에서 제외 시키기 위해 다른 부분에서 무엇인가를 내주어야했을 것이다.

장기 관세 철폐 및 TRQ로 보호받는다는 품목을 보자. 그런데 이런 품목은 KIEP 보고서에서 기존에 EU로부터 수입이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품목들이다.

  • 맥주보리, 맥아 : 수요 없음, EU산은 경쟁력 낮음 → 관세 감축 외 TRQ 증량
  • 생강 : 주로 중국산 수입, EU 경쟁력 낮음 → 18년
  • 사과, 배 : 기존에 수입한 적 없음, 오히려 한국의 대EU 주요 수출 품목 → 20년
  • 오렌지 : 주로 미국산 수입, EU 경쟁력 낮음 → 계절관세+TRQ
  • 쇠고기 : 주로 미국, 호주산 수입, EU 경쟁력 낮음 → 15년

오히려 EU가 경쟁력이 높아 현재도 많이 수입하고 있고, FTA 이후 수입이 대폭 증가할 품목이 보호를 덜 받는다.

  • 돼지고기 : 냉동/냉장 10년, 기타 5년
  • 낙농품 : 10~15년, TRQ

TRQ란 관세할당제(Tariff Rate Quotas)를 의미한다. 이는 정부가 허용한 일정 물량에 대해서만 저율 관세 부과, 초과 물량에는 높은 관세를 매기는 것을 의미한다. 낙농품에 관세 철폐 10~15년이 걸려있다 하더라도, 정부가 설정하는 물량에 따라 일찌감치 저율관세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은 한국-EU FTA의 TRQ 물량에 대한 자료가 있어야 확실히 판단할 수 있는 문제이나, 덜 보호된다는 점 만큼은 확실하다. (한국은 미국과의 FTA 협상에서 낙농품 등의 TRQ 물량을 기존 수입량의 20배 이상으로 설정한 전례가 있다.)

KIEP 보고서에서 EU가 경쟁력이 없다고 분석된 품목이 경쟁력이 있다고 분석된 품목보다 더 긴 관세 철폐 기한을 가지게 협상하였다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보고서는 최종연도 농업 생산액 감소 규모는 3060억원이며, 이 중에 축산업이 2876억원으로 94%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과연 정부는 대책을 어떻게 마련할까.

수산업 협상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KIEP는 보고서에서 주요 민감 수산물에 현행관세 or 10년 이상 장기 관세 철폐 확보했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 역시 해당하는 품목들을 살펴보면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 냉동 오징어, 냉동 민어, 냉동 명회 : 양허 제외
  • 냉동 고등어, 냉동 기타, 넙치 : 12년
  • 냉동 볼락, 냉동 가자미, 냉동 게살, 냉동 꽃게 : 10년

냉동 오징어와 냉동 기타 품목은 각각 대 EU 수산 수출품의 2위(1339만 달러), 3위(1177만 달러)를 차지하는 품목이다. 대 EU 수입품도 아닌 수출품에 양허를 제외 및 12년 관세 철폐 항목을 단 것은 정말 의미없는 협상이라고 볼 수 있다. 위의 장기 관세 철폐 품목 중에 의미가 있는 항목은 넙치 밖에 없다.

대 EU 주요 수산 수입품

  • 골뱅이 1273만 달러
  • 참다랑어 피레트 417만 달러
  • 참다랑어 262만 달러
  • 넙치 251만 달러

KIEP 보고서에서 일부 품목의 경우 국내 생산 통계가 미 집계 상태라서 분석에 반영하지 못했다고 하였다. 정부는 자국의 수산업 통계 조차 완전히 확보하지 못한 채 FTA 협상을 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체결된 FTA이기 때문에 과연 정부가 성의있는 대책을 세워줄 지에 대해 의문점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한국-EU FTA의 결과로 양측 모두 파이가 커진 것은 분명하다.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과 작년에 큰 경기 침체를 겪은 유럽. 양쪽 모두 새 파이 맛이 꿀맛처럼 달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협상의 결과, 커진 파이를 EU가 한국에 비해 보다 많이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적으로는 커진 파이를 얼마나 골고루 나눠 먹을 수 있을 지, 오히려 파이를 잃은 사람들에 대한 대책을 어떻게 세울지가 이제 관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참고자료


  1. 긴급 관세: 중요 국내산업의 긴급한 보호, 특정물품 수입의 긴급한 억제 등의 필요가 있을 때 특정물품의 관세율을 높여서 부과하는 관세.